방탄소년단의 초대형 해외 순회공연이 연일 화제를 모으고 있다. 지난 5월 4일 미국 로즈볼 스타디움을 시작으로 시카고 솔저 필드, 뉴저지 메트라이프 스타디움, 브라질 상파울루 알리안츠 파르크, 영국 웸블리 그리고 프랑스 스타드 드 프랑스 스타디움까지.

그들의 콘서트는 세계 각국 초대형 경기장에서 하루 수만여 명의 관객을 끌어모으며 대성황을 이루고 있다. 6년 전 소규모 지역 행사에 출연하고 작은 실내 공연장에서 첫 단독 콘서트를 하던 ‘신인’ 방탄소년단을 기억한다면 말 그대로 격세지감이 아닐 수 없다.

각종 외신으로 전해지는 현지의 뜨거운 열기는 한국의 음악 팬들에게 감격스러운 일이다. 한편으론 우리는 직접 감상할 수 없다는 현실적 아쉬움도 남긴다. 방탄소년단은 아쉬운 국내 팬들을 달래기 위해 오는 6월 15, 16일 양일간 부산 아시아드 보조경기장에서 팬미팅을 진행할 예정이다.

해외 대형 공연장에 비하면 협소한 규모다. 일각에서 국내 대형 공연장 부재를 지적하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BTS 열풍을 계기로 국내 대중 음악계의 큰 축을 담당해야할 전문 공연장 확보에 대해 대중의 관심은 분명 커지고 있다.

대형 구장 많지만… 상암, 고척 등 일부 경기장만 활용
 

 
BTS 월드투어에서도 알 수 있듯이 각종 축구장, 야구장은 야외 공연 용도로 가장 널리 활용되는 시설이다. 한국만 해도 지난 2002년 한일월드컵 개최와 아시안게임,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유치 등으로 인해 지난 20년 사이 전국 각지에 수많은 경기장들이 생겼다. 그런데 상암월드컵경기장과 1980년대 건립된 잠실올림픽주경기장 등 서울 소재 경기장을 제외하면 대중음악공연에 적극 활용되는 곳은 그리 많지 않다.

여기엔 몇 가지 이유가 존재한다. 아무래도 관객 동원 면에서는 수도권, 특히 서울이 가장 이롭다는 현실론이다. 같은 규모의 행사라면 지역에서 개최했을 때 비용은 더 많이 드는 대신, 수익은 적어질 수 있다. 또한 단독 공연으로 지역에서 초대형 경기장을 매진시킬 만한 국내 가수의 숫자는 여전히 많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둘째로 국내 구장의 여건도 영향을 미친다. 한국의 각 구장에선 해외와 마찬가지로 축구, 야구 등 많은 스포츠 경기가 열린다. 그래서 경기 일정을 제외한 날짜에 행사장 대관을 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를 비롯한 유럽 지역만 해도 축구 시즌의 일정이나 기후 면에서 우리나라와는 차이를 보인다. EPL은 매년 하반기에 시즌을 개막해 12월~2월에도 한창 경기를 치르고 하절기에 임박해 시즌이 종료된다. 이 시기가 되면 공연 시장의 성수기와 맞물리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1년 내내 각종 경기와 콘서트를 쉴 틈 없이 유치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된다.

반면 한국의 야외 구장은 기후 조건상 동절기엔 스포츠와 공연 모두 활용이 거의 불가능하다. 이를 제외한 나머지 기간인 3~11월 이내 각종 옥외 스포츠가 몰리다보니 상대적으로 다른 용도 대관의 기회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프로야구 LG와 두산이 공동으로 사용중인 잠실야구장의 경우 4~10월 정규시즌 중에는 월요일을 제외한 매주 6일 경기가 열리기 때문에 주말 콘서트를 위한 대관은 이 시기엔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나마 키움이 단독 사용중인 고척스카이돔은 홈팀 키움이 원정 경기로 잠시 자리를 비울 때를 맞춰 시즌 도중에도 간혹 공연 등이 열리곤 한다. 평소 대규모 음악 페스티벌 장소로 애용되던 잠실주경기장은 올해 10월 열리는 전국체전 준비를 위한 보수공사가 진행중이어서 각종 행사 개최가 당분간 중단된 상태다.

사후 활용 방안은 고려하지 않고 건설에만 신경쓴 탓에 현재 공연은 둘째치고 스포츠 경기조차 제대로 열기 어려운 악조건에 놓인 지방 구장도 허다하다. 관중석 시야 제약 등의 문제로 인해 지금은 지역 K리그팀(부산 아이파크)조차 타구장으로 홈을 옮기고 매년 국가대표 축구 A매치 유치에 어려움을 겪는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 도시 외곽에 자리잡아 교통을 비롯한 관객 접근성이 취약한 대구스타디움 등만 해도 공연장 용도로도 좋지 못한 조건을 지녔다. 이밖에 잔디 훼손 등을 이유로 공연 대관에 적극적으로 임하지 않는 일부 지자체 보유 경기장도 존재한다.     ​

‘아레나’ 등 전문 실내 공연장의 필요성
 

 
우리나라 특성상 장마철(6-7월)과 혹서기, 혹한기 등 외부 기후에 구애받지 않는, ‘아레나’로 불리우는 전문 실내 공연장의 마련은 기존 대형 야외 경기장 활용 못잖게 절실하다. 현재는 몇 백석 규모 소극장 부터 몇 천~1만명 가까운 관객을 모을 수 있는 체육관 등이 주로 활용되는데 대중음악에 특화된 장소와는 거리가 먼 곳도 다수여서 쾌적한 음향을 만끽하기 쉽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방탄소년단, 워너원 콘서트를 비롯해서 각종 연말 시상식이 열린 고척스카이돔(최대 2만 5천석)만 하더라도 원래 동대문야구장 철거 후 고교야구를 위한 전용 하프돔(관중석에만 지붕씌운 형태)으로 준비했다가 2009년 WBC 준우승을 계기로 갑작스레 돔구장으로 방향을 선회하는 등 공연 활용을 고려하고 만든 장소가 아니다.  이렇다보니 최적의 소리를 들려주는데 제약이 많이 따르는 편이다. 오는 12월 예정된 록그룹 U2의 내한공연만 해도 이 부분을 걱정하는 음악팬들이 적지 않다.  프로농구와 배구 경기가 동절기에 열리는 잠실실내체육관, 장충체육관 등의 시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서울 지하철 1-4호선 창동역 인근에 2024년 1월 준공을 목표로 아레나공연장(1만8400석), 중형공연장(2000석), 편의시설 등을 조성한다는 ‘창동아레나’ 계획이 있지만 터만 닦았을 뿐 아직 착공도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그나마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최대 1만5천석)이 리모델링을 거쳐 KSPO돔이라는 복합공연장으로 탈바꿈했지만 이것만으로는 늘어나는 KPOP팬들의 욕구를 충족시켜주기엔 부족함이 뒤따른다.

창동아레나 같은 전용 공연장 확보가 이뤄지기 전까진 기존 체육시설 활용이 불가피하다. 하지만 잔디 훼손 문제 등을 이유로 장소 대여의 벽을 계속 높게 유지한다든지 체계적인 대관 시스템 마련에 미온적으로만 대응하고, 시설 개선에 힘쓰지 않는다면 자칫 KPOP 부흥의 좋은 기회를 그냥 날려버릴 수도 있다. 지금이야말로 문화체육부 및 경기장 소유 지자체들의 적극적인 움직임이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