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여년의 기다림이 이런 것일까. 1976년 아일랜드의 한 스쿨밴드가 전 세계를 다니며 팬들을 열광시키는 전설의 록밴드가 된 이후에도 한국은 늘 열외였다. 자국 공연을 포함해 지금까지 20번의 투어를 진행한 U2는 매번 혁신을 거듭했다. 무대 장치와 장비 규모면에서도 타의추종을 불허하지만 세계 곳곳 분쟁과 아픔의 역사를 위로하고 노래하며 노벨평화상 후보에도 오르는 등 메시지면에서도 귀감이 되는 이들이었다.

그런 이들이 처음으로 한국을 찾는다. 이 배경엔 10여년 전부터 U2의 내한을 위해 뛰어온 두 사람이 있었다. 오는 12월 8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릴 조슈아 트리 투어(The Joshua Tree Tour)를 앞두고 MBC U2 사무국 남태정 피디와 라이브네이션 코리아 김형일 대표를 MBC 사옥에서 만날 수 있었다.

“U2가 전할 평화 메시지 기대”

이번 내한공연은 지난 2017년 전 세계를 돌며 진행한 ‘조슈아 트리 투어’의 대미다. 공전의 히트 앨범 전곡을 실연할 예정. 1987년에 이 앨범의 투어를 돌았고, 30주년 투어를 2년 전부터 진행하고 있는데 그 마지막 공연 국가가 한국이 된 것이다. 이를 위해 화물 전세기 4대 분량, 50피트 카고 트럭 40대 분량의 장비가 공수된다. 무대엔 가로 61미터·세로 14미터 규모의 8K 해상도 LED 스크린이 세워진다. 내한 공연 역사상 최대 규모다.

“2009년 김형일 대표와 제가 판문점에 같이 갔었다. ‘만약 U2가 한국에서 공연한다면 여기가 좋겠다’ 싶어서 그냥 우리끼리 간 거다. 찾아보니 2004년에 회사에 U2 공연 기획안을 올린 적이 있더라. 그리고 나서 2006년 일본 투어를 할 때 찾아가서 보고 확신을 얻었다. 한국에 돌아와 기획단을 꾸렸다. 마침 반기문 UN 사무총장 시절이라 그 분을 통해 접촉하면 어떨까 싶어 시도했었고, 보노(U2의 보컬)가 사는 동네로 가서 이웃도 만났었다. 보노 옆집에 한국 분이 사시더라 그분에게 ‘U2의 공연을 꼭 성사시키고 싶다. 의사를 전해달라’ 부탁도 했다. 근데 집에 잘 안 들어온다고 하더라. 세계 곳곳에 집이 여러 개라고(웃음).

이미 그때 버티고 투어를 돌고 (사상 최고 수익으로) 기네스북에 올라 있는 360투어를 시작할 즈음이라 2년 후 스케줄까지 꽉 차 있더라. 그리고 결정적으로 이들의 무대를 구현할 만한 곳이 당시 한국에는 없었다. 그래서 그 기획을 멈추게 됐지. 그리고 2018년 새 사장도 오시고 해서 다시 제안했다. MBC 내부에 뜻이 맞는 인원 11명이 사무국을 꾸렸고, 옆에 계신 김형일 대표와 함께 결국 성사시키게 됐다.” (남태정 피디)

남 피디는 “공연 전후에 뭔가 메시지나 이벤트가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고 언급했다. 완성도 있는 공연과 함께 평화와 사회 갈등 해소에 대한 메시지를 염두에 둔 발언이었다. 실제로 U2는 아일랜드 시위대에 총이 발포된 사건인 ‘블러디 선데이’를 노래했고, 마틴 루터 킹 목사를 추모했으며, 일본 원자폭탄 피해를 발언하는 등 공존과 평화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드러내왔다. 
 

 
“U2는 한국의 상황을 잘 알고 있다. 10여년 전 어떤 평론가가 보노를 인터뷰했었는데 언젠가 한국공연을 꼭 하고 싶다고 했더라. 한국에 간다면 ‘One'(앨범 에 수록된 곡으로 U2가 겪은 해체위기와 독일의 재통일 과정에서 영감을 얻었다-기자 말)을 부르고 싶다고. 물론 이건 제 개인적 기대다. 지난해 남북정상 회담도 있었으니 어떤 말을 하지 않을까 하는. 많은 분들이 U2가 판문점에 가서 평화 선언하면 좋겠다 혹은 DMZ에 들어가서 어떤 이벤트를 벌이지 않을까 하는데 저 역시 그 정도의 기대가 있긴 하다. 어떤 정치인이 얘기하는 것보다 이들이 사회적 메시지를 던질 때 세계적으로 파장이 있으니까.

제가 이들 공연 연출 방향을 아직 알지 못하지만 버티고 투어 때 일본 사이타마에서 ‘공존’이란 단어를 스크린에 띄웠고, 유엔 세계인권선언문을 대형 영상으로 흘려보내지 않았나. 다른 투어에서도 제3세계 국가들의 부채를 탕감하라며 만국기를 띄운 적이 있다. 당연히 한국에서도 비슷하 메시지를 전하리라 생각한다. 콜드플레이 내한에서도 세월호 참사를 추모하며 노란 리본을 띄우지 않았나. 의미 있는 메시지를 남길 것이라 생각이 든다.” (남태정 피디)
 

 
“U2는 지금이 전성기”

동시에 이런 의문도 든다. 전설적 밴드라지만 내한 시기가 너무 늦은 건 아닌지, 또 U2가 입지전적 밴드는 맞지만 국내에선 특정 세대 혹은 특정 마니아들에게만 통하는 음악일 수 있다는 우려도 들 법하다. 

그간 라디오헤드, 콜드플레이, 체인스모커스 등의 내한을 담당했고, 최근 방탄소년단 해외 투어 공연을 진행해 온 김형일 대표는 “아날로그적 음악, 공들인 사운드의 실체를 구현할 수 있는 마지막 세대가 U2라고 생각한다”며 그런 우려와 의문에 답했다.

“젊은층에서 음악이 만들어지고 소비되는 문화에 비추어 보면 그와는 다른 프로세스, 그러니까 네 명의 멤버가 추구하는 소리를 위해 많은 스태프들이 참여하고 그걸 큰 공연장에서 많은 사람에게 전달하기 위해 각종 기술자들이 모이잖나. 분명 젊은분들에게도 새로운 경험이 될 것이다. 북미나 유럽은 육로로 연결돼 있기에 상대적으로 이들의 장비를 옮기기 수월했다. 이번에 방탄소년단도 파리에서 런던으로 갈 때 트럭 35대가 움직였다. 그런데 이번 U2 내한엔 747 비행기 3대가 뜬다. 제가 알기론 내한 역사상 최초일 거다. 이들의 내한이 늦은감이 있을 수 있는데 일본이야 아레나 돔이 있어서 공연이 가능했고, 우린 고척돔이 생긴 지 3년밖에 안됐다. 이제야 유치할 환경이 되지 않았나 싶다.

(젊은세대가 잘 모를 것이라는 우려에) 우린 크게 걱정 안 한다. 에릭 클랩튼, 제이슨 므라즈, 폴 메카트니 때도 그랬듯 젊은분들의 반응이 좋았다. 아빠가 좋아하는 밴드라 가족끼리 다녀갔다는 후기도 많더라. 티켓 가격 역시 기부되는 좌석 빼고 콜드플레이 때와 비슷한 가격으로 맞췄다. 분명 다양한 세대가 즐길 수 있을 것이다.” (김형일 대표)

“제가 40대 후반인데 우리야 절대적으로 지지한다. 젊은 친구들이 많이 모른다는데 이런 시스템이 있다는 걸 함께 경험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다. 대중문화는 기본적으로 다양해야 한다. 이런 저런 장르들이 대중 문화 발전에 영향을 주는데 기회가 된다면 이번 현장에서 U2 공연을 본다면 새로운 문화적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지금도 공연 기획자나 무대 관계자는 U2의 무대를 상당 부분 참고하기도 한다.” (남태정 피디)

고척돔 특성상 사운드가 울리기 쉽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김 대표는 “마룬파이브 공연도 작년에 했는데 사운드가 괜찮았다”며 “각 층별로 스피커를 다 따로 달 것이다. U2 스태프들이 짧게는 10년, 길게는 40년 이상 현장 경험이 있기에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 답했다. 김형일 대표는 이미 공연장 도면을 U2 측에 보냈고, 지난 1월에 공연 연출팀이 답사를 왔었다고 귀띔했다. 

남태정 피디 역시 “내한이 늦었다는 것에 대해선 인프라가 이제야 갖춰진 부분도 있기에 그렇다고 생각한다”며 “U2 노래가 1980년대에도 빌보드 차트 1위였는데 2000년대, 2010년대에도 1위를 하고 있다. 전성기가 아닌 적이 없고, 지금이 최정점이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왜 U2냐고? “움직이는 종합예술이기 때문”

결성 후 원년 멤버가 한 명도 바뀌지 않고 40년 넘게 활동하는 밴드. 의견 차이로 해체 위기가 물론 있었지만, 독일의 통일을 지켜보며 의견 차이로 팀을 깨려는 자신들이 하찮아 보였다며 다시금 마음을 다잡았다는 얘긴 이제 유명한 일화다. 공연 기획자 입장에서 바라보는 U2의 존재 의의는 무엇일까. 

“많은 이야기가 있는 밴드다. 젊은이들이건 기성 밴드들이건 시사할 수 있는 게 많다. 영감을 줄 수도 있다. 실제로 U2 무대를 오랫동안 진행해 온 무대 디자이너가 한국에 왔을 때 한 고깃집 아르바이트생이 팬이라며 서비스를 계속 갖다준 일화가 있다. 알고보니 건축학과 학생이었더라. 그만큼 알게 모르게 각 분야에서 U2가 영향을 끼치고 있다.” (김형일 대표)

“이들의 공연을 눈으로 보기 전까진 그냥 좋아하는 밴드 중 하나였다면 본 이후로는 ‘움직이는 종합예술’임을 실감했다. 조명, 무대, 미술 등 하나의 예술작품을 바라보는 것 같더라. 앨범보다 공연에 훨씬 더 감동했다. 뮤지션들도 그렇지만 팬들도 시간이 지나면서 뭔가 느슨해지는 경향이 있거든. 이들 공연으로 다시금 록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 (남태정 피디)

1987년 발매된 이후 2500만장 이상 팔린 <조슈아 트리> 앨범의 실연. 이제 약 6개월이 남았다. 남태정 피디는 “꼭 우리가 아니더라도 누구라도 U2 내한을 성사시켰다면 기뻤을 것”이라며 “(우리가) 조금 일찍 준비해서 성사가 됐는데 문화의 다양성을 위한 작은 징검다리 역할을 하면 좋겠다”고 이번 내한의 의미를 설명했다. 

MBC와 라이브네이션 코리아 측은 무대 준비와 함께 U2 관련한 여러 이벤트와 콘텐츠 역시 기획 중이다. “올해 초에 확정된 이후 이렇게 알려드리기까지 조마조마 했다”며 두 사람 역시 연말의 그 현장을 고대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