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아카데미 시상식 당일인) 전날 밤 모든 눈이 ‘기생충 영화’로 향해 있었다. 시상식 후에는 모든 귀가 ‘기생충 음악’으로 향했다.”

한국 진출이 예상되는 세계 최대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회사 ‘스포티파이’의 ‘스포티파이 뉴스’가 지난 11일 트위터에 영화 ‘기생충’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받은 뒤 “OST 스트리밍이 1400% 증가했다”며 덧붙인 내용이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지난 9일(현지시간)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4관왕을 차지한 뒤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다. 음원사이트에서 역주행 중인 ‘OST 열풍’도 그 바람 중 하나다.

14일 국내 음원사이트 지니뮤직에 따르면 ‘기생충’ OST 스트리밍은 지난 9일 아카데미 시상식 당일 대비 10일 11배, 11일엔 14배, 12일 16배가 증가했다. 3일 평균 13배 늘었다.

수록곡 별로 살펴보면 영화 엔딩 크레디트에서 흘러나왔던 ‘소주한잔’은 10일 13배, 11일 15배, 12일 13배 증가했다.

정재일 음악감독이 가장 공을 들인 ‘믿음의 벨트’는 10일 8배, 11일 8배, 12일 10배 증가했다. ‘기택'(송강호) 가족들이 작전을 짜서 가정부 ‘문광'(이정을)을 박 사장(이선균)네로부터 쫓겨나게 하는 장면에서 약 8분 동안 흐른다.

영화가 주목 받으면서 단숨에 인기 요리가 된 ‘짜파구리’ 만드는 장면에서 울려 퍼지는 ‘짜파구리’는 10일 6배, 11일 12배, 12일 7배 증가했다. 기택 가족이 박 사장네가 휴가로 비운 대저택에서 놀고 있는데, 폭우로 인해 박 사장네가 돌아오면서 ‘짜파구리를 해놓으라’고 주문할 때 나오는 음악이다.

‘기생충’ OST 인기와 함께 봉 감독의 다른 영화 OST들도 덩달아 재조명되고 있다. 역시 지니뮤직에 따르면 ‘한강찬가’ 등이 수록된 영화 ‘괴물’ OST는 10~12일 평균 3.5배, ‘춤’ 에필로그 등이 수록된 영화 ‘마더’ OST는 10~12일 평균 1.9배 스트리밍이 증가했다.

◇’기생충’ 수록곡 만들어진 과정과 의미까지 조명

대중이 ‘기생충’ OST를 단순히 듣는 것에서만 그치지 않고 있다. 수록곡이 만들어진 과정과 의미까지 재조명하고 있다.

‘소주한잔’은 지난해 말 이번 아카데미 주제가상 부문의 예비후보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정 감독이 작곡하고 봉 감독이 노랫말을 지은 ‘소주한잔’은 최종 후보로 지명되는 것은 불발됐지만 영화의 완성도를 높이는데 크게 기여했다는 평을 듣는다.

그런데 ‘소주한잔’이 예비후보로 지명됐을 당시 국내에서 ‘1000만 영화’에 대열에 합류한 ‘기생충’을 본 관객들은 다소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일부 중년은 이 곡의 제목을 듣고 임창정의 ‘소주한잔’을 떠올렸을 정도로 관객들의 뇌리에는 박혀 있지 않다. 그 이유는 이 곡이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갈 때 삽입됐기 때문이다. 상당수 관객이 극장 밖으로 나갈 때 흘러나오니 인상 깊지 않을 수 있다.

가난 속에서도 분투하며 사는 극 중 기우의 상황이 잘 녹아들어가 있다. 기우를 연기한 최우식이 직접 불렀다. 기우의 처연한 상황이 유머러스하게 담겼다. 노래를 부른 최우식은 ‘기생충’ 개봉을 앞두고 언론 인터뷰에서 “기우가 부른 거라고 생각을 했다. 가사도 기우의 마음을 전달해주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봉 감독은 앞서 ‘소주 한 잔’에 대해 “젊은층은 다 잘 되기를 바랄테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여러가지 어려운 점이 많고 쉽지가 않다. 거기서 오는 슬픔, 두려움이 있다. 그런 복합적인 마음을 담고 싶었다. 그 느낌도 영화의 작은 일부다. 거기서 꾸역꾸역 살아가는 우식군의 느낌이 담긴 노래가, 젊은 세대에게 하고 싶은 말의 일부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른바 ‘제시카 징글’로도 통하는 ‘제시카 송’도 주목 대상이었다. 극 중 기정 역의 박소담이 불렀다. 기정이 “제시카는 외동딸, 일리노이 시카고, 과 선배는 김진모, 그는 네 사촌~”이라고 읊는다. 그녀가 ‘독도는 우리땅’ 선율에 맞춰 자신의 허위 프로필을 외운 것이다.

‘제시카 송’은 특히 미국에서 큰 인기를 누렸다. 일부에서는 일찌감치 이 곡이 아카데미의 ‘주제가상’을 차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DM 등 다양한 버전으로 편곡돼 유튜브 등에 떠돌아다녔다. 가사를 영어로 번역한 ‘Jessica, Only child, Illinois, Chicago’가 적힌 티셔츠·머그컵 등이 온라인 몰에서 팔리기도 했다.

자연스레 원곡 ‘독도는 우리땅’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이 곡의 작곡가 박문영, 노래를 부른 가수 정광태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늘었다.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울려 퍼진 ‘믿음의 벨트’에 대한 관심도 대단하다. 봉 감독은 이 음악과 관련 정 감독에게 일곱 번 퇴짜를 놓았다고 한다. ‘짜파구리’는 정 감독이 애니메이션 ‘톰과 제리’의 분주함을 연상하며 만든 곡인데, 한번에 통과됐단다.

‘기생충’ OST는 봉 감독과 정 감독이 ‘옥자’에 이어 창작자와 음악감독으로서 2번째 만난 작품이다. ‘기생충’ 음악의 주된 정서는 유럽을 중심으로 16세기 말에서 18세기 중기에 유행한 바로크 양식에서 차용했다.

우아하지만 어딘가에 애조가 깃든 것 같고, 점잖게 정색하는 것처럼 들리지만 ‘뽕짝’ 같은 분위기가 숨어 있는. 즉, 시치미를 떼고 짐짓 모른 척하는 영화 ‘기생충’의 태도와 기가 막히게 접점을 이뤘다.

정재일 감독은 최근 뉴시스와 인터뷰에서 “결국 봉준호 감독이 만드신 크리에이티브한 화면을 받아들였을 뿐”이라며 겸손함을 보였다.

‘기생충’에 삽입된 기존 곡들도 인기다. 이탈리아 가수 잔니 모란디의 칸초네 ‘당신 앞에 무릎 꿇고'(In Ginocchio Da Te)는 기택 네 가족이 박 사장 네 거실에서 파티를 벌일 때 갑자기 출연한 문광에 대한 긴장감으로 거실에 무릎 꿇고 앉아 있을 때 울려 퍼진다.

헨델의 오페라 ‘로델린다’의 아리아는 영화의 중요한 장면에 사용됐다. ‘로델린다’는 롬바르디아 왕국의 왕비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작품. 사랑, 배신, 용서 등의 이야기가 담겼다.

‘기생충’에는 ‘로델린다’의 두 곡이 삽입됐다. ‘용서받지 못할 자여, 나는 맹세했노라'(Spietati, io vi giurai)와 ‘나의 사랑하는 이여'(Mio caro bene)’다. 전자의 곡은 기택의 아내 충숙(장혜진)이 박 사장네 입성 후 기우에게 과일을 가져다 줄 때 삽입됐다.

후자의 쓰임새가 더 의미 있다. 박 사장 아들 ‘다송’의 생일파티에서 기택이 박 사장에게 칼을 꽂는 장면에서 울려 퍼진다. 성악을 전공한 뮤지컬 배우로 ‘베르테르’ ‘안나 카레니나’ ‘레베카’ 등으로 잘 알려진 이지혜가 영화에 직접 출연, 이 아리아를 부른다. 봉 감독이 성악을 전공한 이지혜에게 추천을 부탁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페라는 해피엔드로 ‘기생충’ 분위기와는 다르다.

‘기생충’ OST 인기는 오프라인으로 확산될 조짐이 보이고 있다. 시상식에 앞서 발매를 예고한 ‘기생충’ LP 한정판(green grass 버전)에 대한 문의가 음반점에 잇따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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